폭염, 열대야, 무더위 등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여름철 고온 현상은 사망을 촉발하고 기저 질환을 악화시켜 응급실 방문이나 병원 입원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2015년에 출판된, 13개국을 대상으로 수행된 다국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사망 중 고온 현상이 기여한 사망은 0.42%인 것으로 나타났다[2]. 특히 이런 위험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 교육 수준이 낮은 인구, 주거 취약 계층, 노인, 소수 인종 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장애 인구에서는 어떠할까.
국내에서 수행된 장애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모두 장애 인구가 비장애 인구보다 폭염에 취약하다고 말하고 있다. 2025년에 출판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3], 고온 노출에 따른 장애인의 응급실 경유 입원 위험이 비장애인에 비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 유형 중에서도 뇌병변 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인구보다 1.5배, 정신 장애인은 무려 2.3배나 높은 위험을 보여 주었다. 2022년 이후 장애인의 폭염 취약성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여러 편의 국내 연구를 통해 발표됐다[4].
장애인이 폭염에 대처하고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이 ‘왜’ 폭염 노출에 위험한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언가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할 때 3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첫째, 어떤 위험이 존재하는가, 둘째, 그 위험에 얼마나 노출이 되는가, 셋째, 어떤 취약 요인을 갖고 있는가가 그것이다[5]. 우리의 경우 폭염이라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첫째 질문),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이라는 위험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도시에 사는 사람과 농촌에 사는 사람,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비슷하게 노출되고 있다. 즉, 둘째 질문인 ‘장애인이 얼마나 폭염에 노출이 되는가’는 장애인이 왜 폭염 노출에 취약한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애인이 왜 폭염 노출에 위험한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장애인이 어떤 취약 요인을 갖고 있는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장애 인구의 높은 기저 질환 유병률, 정보 혹은 사회 서비스, 교육, 근로와 같은 사회적 활동 참여에 대한 제약, 물리적인 이동의 어려움은 모두 장애인의 폭염 노출에 대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무더위 속에서 마치 사막을 걸어 다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전동 휠체어의 색깔과 재질의 특성상 피부에 닿는 표면 온도가 50℃를 넘어간다[6]. 장애인을 둘러싼 개인, 사회, 지역적 특성이 장애인이 폭염 노출에 대한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개인 수준, 지역사회 수준, 국가 수준에서 대응을 꾀할 필요가 있다. 앞서 장애인의 폭염 노출에 대한 취약 요인으로 정보/사회 활동 참여에 대한 제약, 이동의 어려움이 지적된 바가 있기에, 장애인 당사자와 돌봄 제공자는 폭염을 비롯한 기후 재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로를 숙지해 두는 것이 폭염 노출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가령,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든가 열대야가 예상된다든가 하면 미리 외출을 최소화하거나 이에 맞는 옷이나 냉방 물품을 준비할 수 있다. 또한 본인 주변에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회적 시설(무더위 쉼터 등)의 위치를 숙지하고 필요시 적극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폭염이 기후 재난으로 분류되는 만큼[7],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 및 국가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장애인 구성원의 분포와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검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의료 기관의 분포와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지역 수준의 계획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수준에서 장애인을 기후 취약 계층으로 분류하고, 장애인의 폭염 및 기후 재난 피해를 정량화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기후 취약성을 논의하려면 그를 뒷받침해 줄 학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는 만큼, 연구에 대한 지원에도 아낌이 없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Organization WWM. WMO confirms 2024 as warmest year on record at about 1.55° C above pre-industrial level. 2025.
- Gasparrini A, Guo Y, Hashizume M, Lavigne E, Zanobetti A, Schwartz J, et al. Mortality risk attributable to high and low ambient temperature: a multicountry observational study. The lancet. 2015;386(9991):369-75.
- Park J, Kim A, Al-Aly Z, Ebi KL, Kim H, Lee W. Heat and hospitalization risks among people with disabilities in South Korea. Nature Communications. 2025;16(1):4040.
- Kim S, Byun G, Lee J-T. Association between non-optimal temperature and cardiovascular hospitalization and its temporal variation at the intersection of disability.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3;904:166874.; Kang Y, Baek I, Park J. Assessing heatwave effects on disabled persons in South Korea. Scientific reports. 2024;14(1):3459.; Kang Y, Park J, Jang D-H. Compound impact of heatwaves on vulnerable groups considering age, income, and disability. Scientific Reports. 2024;14(1):24732.; Park J, Kim A, Kim Y, Choi M, Yoon TH, Kang C, et al. Association between heat and hospital admissions in people with disabilities in South Korea: a nationwide, case-crossover study. The Lancet Planetary Health. 2024;8(4):e217-e24.; Park J, Kim A, Bell ML, Kim H, Lee W. Heat and hospital admission via the emergency department for people with intellectual disability, autism, and mental disorders in South Korea: a nationwide, time-stratified, case-crossover study. The Lancet Psychiatry. 2024;11(5):359-67.
- Lee H, Calvin K, Dasgupta D, Krinner G, Mukherji A, Thorne P, et al. IPCC, 2023: Climate Change 2023: Synthesis Report, Summary for Policymakers.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s I, II and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ore Writing Team, H. Lee and J. Romero (eds.)]. IPCC, Geneva, Switzerland. 2023.
- 심가은. JTBC 뉴스룸. 장애인에겐 더 힘든 ‘폭염’···땡볕에 치솟은 휠체어 온도가. 2024. url: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09369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2018년 9월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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