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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뉴스레터 #4 배움과 성찰 By 관리자 / 2025-10-21 AM 11:02 / 조회 : 9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뉴스레터 #4 배움과 성찰
2025. 10. 15. 발간

배움과 성찰: 시각 장애인 건강 관리 교육의 경험
신동수(한림대 교수)

한 통의 이메일이 이 일의 시작이었다. 작업 치료사가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질환 관리 교육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강의 장소가 왕복 세 시간가량 걸리는 곳이어서 순간 망설임도 있었으나,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꼭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요양 보호사, 공무원, 연구자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끄러움과 함께, 이번 기회에 좋은 교육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곧 현실적인 고민이 다가왔다.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존의 시각 자료는 무용지물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상황을 공유하였고, 팟캐스트 형식의 청각 교육 자료를 제작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 연구 협력 중인 기업에서 팟캐스트 제작 특강을 해 주겠다고 하였고, 나는 대학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 운영비를 신청하였다. 동시에 내가 지도 교수로 있는 간호 인공 지능 동아리(NAVI, Nursing AI Vision Initiative)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여기에 청각학 전공 교수와 시각 장애인 학교 교사의 자문이 더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나와 학생들은 우리가 시각 장애인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 
시각 장애는 전맹(全盲)과 저시력으로 나뉘며,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구분된다. 후천성의 경우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원인 불명의 망막 신경 손상으로 수년 내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시각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기에 관한 안내를 찾기 어렵다. 대신 나의 의지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력이 소실될 것이란 사실을 매일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결혼 후 시력을 잃게 된 경우에는 자녀에게 장애가 되물림이 될까 걱정과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선천성 시각 장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계기가 거의 없어 사회 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은 시각 장애인 센터에서 유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늘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고 하였다.

건강 관리의 제약도 컸다. 고기나 생선이 얼마나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조리를 포기하고, 계란 후라이 정도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뜨거운 물을 다루는 것도 위험하여 데치기와 같은 조리법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음식 선택이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의료인으로서 과연 이들을 위한 건강 교육과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간호대학 학생들도 배움을 얻었다. 시각 장애인들이 시선을 맞추는 대신 손과 목소리로 교감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며, 사전 교육에도 불구하고 대화 중 무심코 ‘이쪽’, ‘저쪽’, ‘이것’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현재 간호대학 교육 과정에는 장애인 건강 관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에게도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이 건강 교육에서 배제되지 않고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하여 성찰로 이어진 시간이었고, 학생들에게는 장애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떼는 뜻깊은 기회였다. 앞으로 장애인 건강 교육은 간호대학 교육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특정 집단을 위한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책무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번 작은 출발이 앞으로 더 큰 변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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